[추천 전자책] 강한 남자를 위한 남자의 `특별한 물건`
남자의 물건/김정운 지음/21세기북스 펴냄/336쪽/종이책 1만5000원, 올레e북 전자책 1만2000원
2012년에 대한민국의 남자로 살아가기란 참으로 만만치 않다. 특히 사회적으로 또 개인적으로 책임 및 권한을 잔뜩 지고 있는 소위 샌드위치 세대에게 가혹한 상황이다. 위로는 부모 봉양, 아래로는 자식 양육을 신경 쓰느라 막상 본인의 삶이나 행복에 대해 고민할 여유를 챙길 수가 없다. 그런데도 막상 이 희생에 대한 어떠한 심리적인 보상도 제공되지 않는다. 가족에게 권위를 내세우자니 사이가 벌어지고, 살가운 애정을 표현하자니 어색하기만 것이 서글픈 현실이다. 그나마 말이 통하는 친구나 직장 동료들도 사회적인 지위가 사라지고 나면 마주하기 껄끄러워진다.
마찬가지 입장에 처한 한국 남자의 일원으로서, 심리학자 김정운 교수는 이러한 한국 남자들의 문제로 인해 한국 사회가 이렇게 힘들고 복잡하다고 주장한다. 한국 남자들이 스스로 존재를 확인할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하다 보니 적을 만들어 그를 향한 적개심을 통해 불안감을 해소한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자는 `남자의 물건'을 집필하게 되었다고 한다. 위와 같은 공격적인 방법 이외에도 나의 이야기를 함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남자의 물건은 도발적인 제목부터 벌써 야릇한 내용을 담고 있을 듯한 상상을 부추긴다. 사실 대놓고 얘기하자니 낯부끄럽고 쑥스러운 이야기란 점은 맞다. 여자들이 액세서리나 인테리어 용품에 애착을 가지고 그에 대한 사연을 간직하듯이, 남자들도 자신의 삶의 방식을 대변해주는 물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는 것이다.
이 책은 크게 한국 남자들의 심리를 설명하는 1부와 저자의 만년필을 포함하여 다양한 사회 명사들의 물건을 소개하는 2부로 나뉘어 있다. 1부에서 저자가 일상 속에서 느끼는 감정과 생각들에 심리학적 이론을 도입하여 감칠맛 나게 풀어낸 글을 읽다 보면 말 그대로 웃겨서 웃음이 나오다가도 가슴 깊이 전해지는 짠함에 숙연해지기도 한다. 2부에서 각 남자들의 물건에 얽힌 이야기도 인상적인데, 특히 전 축구감독 차범근의 계란 받침대 이야기가 감동적이다. 축구선수로서 최고의 정점에 오른 그가 왜 하필 축구공 대신 작은 독일식 그릇을 선택했는지 의아하다가도 그의 이야기를 읽고 나면 가족과의 행복한 시간만큼 소중한 것이 없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2012-03-22 [디지털 타임즈]